양자컴퓨팅, IT쟁이의 눈으로 다시 보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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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brid Workflow for Inventory & Logistics (Palantir + Quantum Computer)
왜 로지스틱스를 주제로 잡았나? – How big is the logistics markets?
UNCTAD의 화물 수송 및 물류 관련 통계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 및 배송 섹터(Logistics & Delivery sector)는 전 세계 GDP의 약 10~15%를 차지하는 거대 산업군으로 분류됩니다

우와, 벌써 여섯 번째 글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모르던 걸 하나 공부하면 알아야 할 게 쌓이고, 그걸 풀다 보면 또 다른 의문이 생기고, 그 의문을 좇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시작은 딱 한 가지 의문으로부터였다. “양자컴퓨터로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유튜브를 봐도, 남들 블로그를 봐도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RSA 암호가 깨진다, 암호화폐가 무너진다, 금융이 뒤집힌다.
정말 그럴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그동안 못 풀던 걸 다 풀어버릴까?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막연한 믿음보다는 합리적인 의심부터 해봤다.
- 양자컴퓨터는 만능인가? 아니다.
- 전통 컴퓨터를 대체하나? 아니다.
- 효율적인가?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 완성됐나? 아니다.
그래서 생각의 방향을 틀었다. 양자컴퓨터 하나로 세상 모든 걸 하겠다는 그림 말고, 지금 전통 컴퓨터와 AI로 이미 효과를 보고 있는 분야를 먼저 찾고, 거기에 양자컴퓨팅이 support하면?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영역을 생각해봤다.
그러다 떠오른 게 Palantir였다. 유튜브에서 Palantir AIPCon 발표를 종종 봤는데, 여러 기업에서 Palantir 사용자가 직접 무대에 올라와 “우리는 이만큼 효과 봤다”고 말하면서 구체적인 수치까지 보여주더라.
그래서 이번 글의 주제를 이렇게 잡았다.
Hybrid Workflow for Inventory & Logistics (Palantir + Quantum Computer)
글을 쓰는 내내 책상 옆에 메모를 놓고 이 세 줄을 계속 되뇌었다.
- ‘양자컴퓨터가 곧 물류를 혁명한다’ 같은 양자 만능론은 피하자.
- ‘전통 컴퓨터를 갈아치운다’ 같은 막연한 소리 하지 말자.
- 현실에서 진짜로 적용되는 건 뭐고, 어디까지가 연구 단계인지 구분하자.
1. 문제 제기: 재고랑 물류 문제는 왜 아직도 안 풀리고 있을까?
간단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갑자기 어느 지역에 독감이 돈다. 그 동네 약국이랑 병원에서 해열제랑 백신이 순식간에 바닥난다. 그런데 바로 옆 도시 창고에는 그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정작 필요한 곳엔 없고, 필요 없는 곳엔 넘치는 상황. 이런 현상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생한다.
1.1 현장은 어디나 비슷하다
병원이건 대형마트건 겪는 상황은 비슷하다.
- 갑작스러운 수요 폭증(폭염, 태풍, 콘서트, 전염병 등)에 대응 체계가 못 따라간다.
- 정해진 주기로 재고를 채우는 방식이라, 특정 지역에서 갑자기 튀는 수요를 못 잡는다.
- 어떤 곳은 품절, 어떤 곳은 과잉 재고. 이런 현상이 인근 지역에서 동시에 생긴다.
실제 글로벌 공급망은 날씨, 지정학 갈등, 지역 이벤트, 사건사고 같은 예측 불가 변수로 가득하다. 그래서 한쪽에선 물건이 없어 못 팔고(매출 손실), 다른 쪽에선 물건이 남아 창고비만 나가는(재고 부담) 악순환이 반복된다. AIPCon에서 Palantir 고객사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 개선 사례를 실제 수치까지 보여주기도 한다. (https://www.palantir.com/aipcon/)
1.2 그런데 왜 고전컴퓨터로 딱 못 풀까?
AI는 예측을 잘한다. “내일 이 매장에서 해열제가 몇 개 팔릴 것 같다”는 잘 맞힌다.
그런데 “그럼 전국 200개 창고랑 500개 매장에서, 어느 물건을 어느 트럭에 실어 어느 경로로 보내는 게 가장 싸고 빠른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건 예측이 아니라 조합 문제다. 그리고 조합 문제는 선택지가 늘어나면 경우의 수가 폭발한다.
택배 기사가 배달지 5곳을 도는 최단 경로는 손으로도 금방 찾는다. 그런데 20곳이 되면 경우의 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서, 세상에서 제일 빠른 슈퍼컴퓨터로도 전부 나열해서 따져보기는 힘들다고 한다. 회사에서 직원 300명 자리를 모두가 만족하게 배치할 수 있나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다.
이런 걸 조합 최적화라고 부른다. 변수(매장, 물건, 트럭, 날씨, 이벤트)가 서로 ‘얽히기’ 시작하면 전통 컴퓨터가 감당 못 하는 영역으로 넘어간다. 선택지가 늘면 계산량이 감당 안 되게 폭발하는 문제이고, 이를 NP-Hard라고 부른다.
(얽혔으니 얽히는 거 잘하는 양자컴퓨터가 하면 잘하겠지?ㅋ)
2. Palantir가 실제로 하는 일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이미 상용화돼서 현장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을 조사하고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Palantir Foundry는 Control Tower 같은 소프트웨어다. 여기저기 흩어진 데이터(창고 재고, 매장 판매, 트럭 위치, 날씨, 교통, ERP 시스템 등)를 한곳에 모아서, 회사의 공급망을 컴퓨터 안에 복제하여 Digital Twin을 구축한다.
Palantir의 핵심인 Ontology라는 게 있다. 쉽게 설명하면 온톨로지는 매장, 창고, 트럭, 담당자가 서로 이렇게 연결돼 있다는 Relation을 컴퓨터가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플랫폼이다. 덕분에 관리자는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뭐가 문제인지를 실시간으로 보고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다. 기존에는 무슨 문제가 생겨서 A에게 연락하면, A는 B에게 토스하고 B는 C, C는 D에게 갔다가 다시 A가 연락받는 그런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이걸 생각하면 이 Ontology로 인해 얼마나 효율적이 될 수 있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실제 사례 고증은 AIPCon(https://www.palantir.com/aipcon/)에 많이 있으니 시간 내서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흥미롭다.
정리하면, Palantir 플랫폼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내일 얼마나 필요한가’를 아주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그 조합의 문제, 즉 ’수백만 가지 경우의 수 중에 제일 좋은 조합이 뭔데?’는 Palantir 솔루션으로 알기 힘들다.
바로 그 지점을 양자컴퓨터로 효율화하면 어떨까? 이게 이 글의 핵심 아이디어다. 양자 도움이라 칭하면 되려나?
3. 하이브리드 워크플로우: 누가 뭘 잘하는지 나눠보자
Palantir가 잘하는 영역은 명확하다. 그러니 나머지를 어떻게 나눌지 노트에 적어가며 단계를 나눠봤다.
0단계는 시작 전 분류의 과정이고, 1~4단계가 실제 흐름이다.
- 0단계: 이 문제, 양자컴퓨터한테 보낼까 말까 (선별)
- 1단계: 디지털 트윈 (Palantir)
- 2단계: 비즈니스 규칙을 수학 문제로 번역
- 3단계: 양자컴퓨터로 최적 조합 계산
- 4단계: 답을 현장 명령으로 되돌리고 실행, 그리고 피드백
독감 상황을 계속 예로 들면서 가보자.
0단계. 양자컴퓨터한테 보낼까? (선별 관문)
모든 문제를 양자컴퓨터에 던지면 엄청 비효율적이다. 전통 컴퓨터가 잘하는 건 그냥 전통 컴퓨터가 하게 두고, 정말 양자컴퓨터가 잘하는 것만 골라서 보내자.
- 복잡도 선별: 변수, 제약 등이 얼마나 많은지 점수를 매겨 전통 문제 / 양자 문제를 구분한다.
- 긴급도 구분: 시간적으로 얼마나 급한지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병원 응급 약, 재난지역 구호품처럼 급한 것과, 여유 있는 것을 구분)
1단계. 디지털 트윈: 현실 데이터를 컴퓨터에 복제 (Palantir Foundry)
흩어진 데이터를 다 끌어모아 현실 공급망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앞으로의 리스크까지 예측한다.
- 데이터 통합: ERP(SAP, Oracle 등), IoT 센서, 창고관리시스템(WMS), 외부 데이터(날씨, 교통, 이벤트), 도소매점 데이터(POS)를 한데 모은다.
- 수요 예측: AI로 ’해당 지역 해열제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를 미리 예측하고, 최소한 남겨둘 여유 재고(안전 재고) 등을 정한다.
- 제약사항 정리: 트럭 최대 적재량, 기사 법정 근로시간, 냉장 보관 용량, 창고 공간 제한 같은 현실 규칙을 숫자로 정리한다.
즉, 상황 파악.
2단계. 퀀텀 번역: 비즈니스 규칙을 수학 문제로 바꾸기 (QUBO)
여기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비유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양자컴퓨터는 한국어를 전혀 못 알아듣는 외국인 천재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문제를 자기가 아는 언어로 번역해줘야 풀 수 있다.
그래서 1단계에서 Palantir가 파악한 제약과 목표(물류비, 기회비용, 이전비용 최소화)를 양자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수학 문제로 바꾼다. 이 수학 문제의 형식을 QUBO라고 부른다. (Quadratic Unconstrained Binary Optimization)
이 번역의 역할은 전통 컴퓨터가 한다. (QUBO 생성)
3단계. 양자 최적화: 조합 계산을 양자컴퓨터에 의뢰
전통 컴퓨터로는 벅찬 조합 문제를 양자컴퓨터에 넘긴다.
-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중첩 상태로 두고 수많은 경우의 조건을 한꺼번에 훑어보는 식으로 접근한다. (감을 잡기 위한 비유고,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노이즈도 많고 한계도 많다)
현실적인 대안들:
- 양자 어닐링: QUBO를 가지고 최저 비용 지점을 찾는 전용 하드웨어 방식(D-Wave 계열).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방식이다.
- QAOA: 게이트형 NISQ 머신에서, 전통 컴퓨터와 양자컴퓨터가 값을 주고받으며 답을 점점 다듬어가는 방식. (4편에서 다뤘던 그것)
핵심은, 양자 컴퓨터의 한계를 전통 컴퓨터가 옆에서 보정해주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답을 뽑아낸다는 것.
4단계. 실행과 피드백: 수학 답을 현장 명령으로 되돌리기
양자컴퓨터가 내놓는 답은 결국 0과 1의 수학 결과다. 이걸 다시 사람이 알아들을 현장 명령으로 바꿔줘야 한다.
- 번역: 예를 들어 ’A 창고의 백신 500상자를 B 병원으로 옮기는 데 3번 트럭으로 C 경로를 타고 가라’라는 최적화 결과가 나왔다면, 이 내용을 온톨로지 객체로 매핑한다.
- 시뮬레이션: 실제로 실행하기 전에 Palantir 안에서 한 번 돌려보고 안전한지 검증한다.
- 자동 실행: 검증되면 GPS 앱, ERP Transfer Order 등에 자동 연동해 바로 실행한다.
그리고 이 전체가 한 바퀴 돌면 다시 1단계로 피드백된다. ’재고를 옆 매장으로 옮긴다’는 Inventory 결정이 ’어느 트럭이 어느 경로로 가야 하나’라는 Logistics 문제로 이어지도록, 재고 흐름과 물류 흐름을 하나의 CLOSED LOOP으로 묶는다. Supply Chain Management 관점에서는 이 둘을 떼어서 생각할 수 없으니까.
한눈에 보는 역할 분담
Palantir Foundry (AI + Ontology)
- 잘하는 것: 데이터 통합, 상황 이해, 수요 예측, 실행 제어
- 질문: 무슨 일이 벌어지나? 내일 얼마나 필요한가?
- 한계: 변수가 늘면 계산 시간이 폭증한다 (조합 폭발)
- 역할: 양자컴퓨터에게 깔끔하게 정리된 QUBO를 건네준다
양자컴퓨터 (Quantum Computer)
- 잘하는 것: 극도로 복잡한 제약 속에서 최적 조합을 계산
- 질문: 수백만 조합 중 최적의 조합은?
- 한계: 데이터의 비즈니스적인 의미나 현장 맥락은 모른다
- 역할: 최적의 답을 준다
한쪽은 현실을 이해하고, 한쪽은 계산을 한다.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관계다.
기대 효과 (ROI)
- 운송비 절감: 매장 간 재고 맞교환과, 창고에 안 넣고 바로 다른 트럭에 갈아 싣는 방식을 실시간 최적화해서 운송비를 줄인다. 물론 최적의 조합 및 최적 경로도 필요하다.
- 품절 최소화, 매출 방어: 이벤트나 기상이변이 생기면 전국 병원, 약국, 창고, 매장 재고를 실시간 재분배해서 ‘필요한데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을 막는다.
- 폐기 감소: 신선식품, 백신처럼 유통기한이라는 조건을 아예 수학 문제 안에 넣어서, 기한 임박 물건부터 우선 최적 경로로 보내 버려지는 걸 줄인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1~2단계, 4단계는 이미 현실에서 돌아가는 영역이다. Palantir가 실제로 하는 일이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3단계, 그러니까 양자컴퓨터가 실제 산업 규모의 문제에서 전통 컴퓨터보다 잘하느냐는 부분이다. 여긴 이제 발전해 나가는 단계다. 아직 양자 춘추전국시대.
나 나름대로의 결론은, ’양자컴퓨터가 물류를 혁명한다’가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며 발전해 나가자는 생각. 이게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20년이 걸린다고 하고, 누구는 조만간이라고 한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 눈앞에 실행 가능한 현실 머신이 있고, 다양한 방법론이 검증되고 있으며, 전 세계 천재들이 관심을 갖고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양자컴퓨팅을 공부하며 지금 이 시리즈를 쓰고 있음에 나름 뿌듯함을 느끼고, 뭔가 성취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다.
한동안 잠을 잘 못 잤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참고자료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자료를 많이 참고했다. 한 줄 한 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맥락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 IonQ, Einride 파트너십: https://www.ionq.com/news/einride-and-ionq-partnership-uses-quantum-computing-to-optimize-the-logistics-of-electric-and-autonomous-freight
- Palantir Foundry Supply Chain 오퍼링: https://www.palantir.com/offerings/supply-chain
- Palantir 소비재 ERP 사례: https://www.palantir.com/docs/foundry/use-case-examples
- Palantir 케이스 스터디: https://unit8.com/resources/palantir-foundry-case-studies-by-unit8/
- Quantum Computing in Logistics and Supply Chain: arXiv 2402.17520
- 외 다수의 QUBO 논문
메타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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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05 22:11:30